전남 유일한 시복 김조이.이봉금 모녀

   
 

교황 프란치스코 주례로 1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124위 시복식이 열리는 가운데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장성출신 모녀(母女)가 나란히 복자(福者)로 추대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12세의 나이로 순교한 딸 이봉금은 124위 중 최연소 복자로 등록됐으며, 당시 천주교 불모지였던 전남지역에서 모녀가 나란히 복자 명단에 올라 의미를 더하고 있다.

13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장성 출신 모녀가 나란히 복자로 추대됐다. 장성군 북이면에서 태어난 딸 이봉금 (아나스타시아)이 98위에, 어머니 김조이(아나스타시아)가 96위에 올랐다. 모녀인 만큼 동일한 이름의 세례명을 지은 것으로 파악된다.

충청도 덕산 출신인 김조이는 이성삼(바오르)과 혼인한 후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이들 부부는 박해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던 중 장성군 북이면에서 딸 이봉금을 낳고 한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평온도 잠시 이들 부부에게 또다시 시련이 닥친다. 1839년 기해박해가 시작되면서 남편 이성삼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김조이는 딸 이봉금을 데리고 광주로 도주했다. '아나스타시아 모녀'는 도피생활 속에서도 천주교리를 전파하다 발각돼 전주로 압송돼 갖은 고초를 겪는다. 1839년 10월께 어머니 김조이가 고문 후유증 등으로 딸 이봉금을 남겨두고 50세의 나이로 먼저 전주감옥에서 순교했다.

김조이는 정식 이름이 아니다. '조이'라는 말은 과부를 뜻하는 것으로 흔히 성(姓) 뒤에 붙여 부른다. 이로 미뤄 그녀의 남편 이성삼은 김조이의 순교 이전에 먼저 세상을 뜬 것으로 파악된다.

딸 이봉금은 이번 124위 복자 중 최연소다. 이봉금은 어머니가 옥중에서 순교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해야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천주교를 배신하라는 '배교 회유'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다 두달이 지난 1839년 12월5일(음력 10월30일) 12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교수형을 당한다.

이번 124위 순교자 중 지역 출신 복자는 타 지역에 비해 매우 적다. 당시 천주교가 박해를 받고 있어 선교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데다 천주교인들이 주로 충청ㆍ전북권에 많이 분포돼 있었고, 광주ㆍ전남은 뒤늦게 전파된 까닭이다.

아나스타시아 모녀가 교세가 미미한 광주ㆍ전남지역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모녀는 장성과 광주에서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웃들에게 천주교 신앙을 전파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피생활 중 밀고에 의해 체포돼 순교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모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광주ㆍ전남지역 천주교인들은 당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앙을 저버리지 않고 기꺼이 순교한 이들에게 깊은 공경심을 표하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관계자는 "당시 천주교가 박해를 받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라도 지역은 천주교리가 널리 전파되지 않았던 시기다"면서 "이봉금과 김조이 모녀가 장성과 광주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상황에서도 지역민들에게 복음을 전파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토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