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다 빠져나간
바퀴에 녹이 슨 몸 푸르게
푸르게 부풀리며 정원에 서 있다
맑은 날 궂은 날
발이 되고 등이 되다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그
바람을 가르며 씽씽 내달리면
하늘 길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리막길을 날자, 날자 발을 구르다 그만
풀숲에 처박혀 정신줄 놓기도
고갯길에선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했으나
구석에서 혼자 시간을 눅이고 있을 땐
차라리 고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줌 재로 남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몸뚱어리
쓸 만한 부품은 누군가의 몸을 이루고
달리는 것이 긍지여서 또 달리고 있겠지만,
전시관 유리벽 속 치타같이
정원의 한켠에 서서
일어서는 상처마다 푸르게
감싸 안아주는 넝쿨사철 도반으로
밤낮을 꿋꿋하게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