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변재섭 詩情

제목

폐자전거

닉네임
변재섭
등록일
2022-01-20 14:41:43
조회수
26
폐자전거
변 재 섭


​바람이 다 빠져나간
바퀴에 녹이 슨 몸 푸르게
푸르게 부풀리며 정원에 서 있다
맑은 날 궂은 날
발이 되고 등이 되다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그
바람을 가르며 씽씽 내달리면
하늘 길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리막길을 날자, 날자 발을 구르다 그만
풀숲에 처박혀 정신줄 놓기도
고갯길에선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했으나
구석에서 혼자 시간을 눅이고 있을 땐
차라리 고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줌 재로 남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몸뚱어리
쓸 만한 부품은 누군가의 몸을 이루고
달리는 것이 긍지여서 또 달리고 있겠지만,
전시관 유리벽 속 치타같이
정원의 한켠에 서서
일어서는 상처마다 푸르게
감싸 안아주는 넝쿨사철 도반으로
밤낮을 꿋꿋하게 달리고 있다.


-<사이펀> 21년 겨울호
작성일:2022-01-20 14:41:43 220.80.187.5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게시물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