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절친한 사람에게 마음을 다쳤습니다 쉬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산으로 듭니다 산언덕을 넘고 골짜기를 지나 오르막길로 향하는 양지바른 곳에 오보록한 꽃무더기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습니다 키도 몸도 아주 작은 꽃송이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동그란 눈으로 들여다보노라니 노랑 물감이 서서히 가슴에 번집니다 어느덧 방금 전까지의 나는 달아났습니다 달아오른 열기구처럼 기쁨으로 가득 찬 나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름조차 모릅니다 그도 나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겠지요 간략히 내 단추부터 엽니다 이름도 없는 시인이라고 실바람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가 살랑거리네요 휴대폰에서 그가 가진 이름과 생의 내력을 듣습니다 아하 양지꽃 반갑네 친구 가슴에서 금방망이가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