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성냥
변재섭
성냥개비 하나 꺼내
불꽃을 일으켜
아궁이에 불을 댕긴다
두리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빈찬貧饌에도 수저 부딪는 소리,
마른 논에 물차는 소리
밥이 되고 국이 되는 사이
골강骨腔에 골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가슴 울리던 시절은 어느새
치마폭을 바람처럼 다 빠져나가고
몇 개비 남지 않은 터엉 빈 몸
축 늘어져 내린 뱃가죽에 불꽃이라니
도저히 가당치가 않아
요양병원에 누워
기억이라곤 좁쌀 한 톨만큼도 없는
누군가 주는 밥그릇, 여력을 다해 비우고 있다
가윌 누르는 고요에 갇혀
이제, 마지막 불꽃이 피어나면
바싹 마른 인사와 함께
허울마저 불길로 날아갈 일만 남았다
- <시목> 23년 제8집
작성일:2023-11-26 21:25:44
59.0.21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