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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섭 詩情

제목

살아 있음에

닉네임
변재섭
등록일
2023-09-20 21:51:34
조회수
11
살아 있음에

변재섭


모르는 번호가 벨을 울렸다
잠깐 망설이다 버튼을 눌렀다
이름을 묻는 떨리는 음성
몽돌을 닮았다 그런데
낯설다 아주 낯설다
머뭇거리다 네 그렇습니다, 정중히 답하자
아무개란다 하!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다
50여 년만이다
신작로에 댐물이 독거미처럼 기어들고,
우리는 박주가리 씨앗 바람에 날리듯 뿔뿔이 흩어지고……
그래, 기억의 뻘밭에 묻혀 있던 단향목이 솟구쳐 올랐다
아버지 따라 강원도 영월 산허리로 들었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머리 굵어 인제에 뿌리 내렸고,
남매 출가시키고 상처喪妻했단다
떠난 이후 고향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상수리 아람 같은 얼굴 하나 맴돌더라
목소리라도 듣고파 어찌어찌하여 연락했다
열에 반 남짓 떠나가고 없는데
인생은 육십부터라는데
정원의 수양벚나무 톡 톡톡
찬바람 속에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전남문학 203년 가을호
작성일:2023-09-20 21:51:34 59.0.23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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