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꽃처럼
빛날 때가 아니다
피어난 꽃처럼
빛나고 있어서가 아니다
당신을 내가
눈길을 주는 것은
우듬지 하나 세운 것은
어찌 두렵지 않으랴
어찌 후들거리지 않으랴
주저앉으란
양털의자의 손 뿌리치고
어금니에 힘주어 기어이 밀고 나가는,
꽃은 비록 피우지 못할지라도
땀 젖은 몸으로
언제나 박하사탕을 물고 있는 당신이
어쩌다 꽃 한 송이 피워내도
천사의 나팔처럼 결코
고개 세우지 않는 당신이
내게
둥지 하나 품게 하였느니
- 문학의 봄 2023년 가을호
작성일:2023-09-20 21:53:48 59.0.238.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