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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결코 울지 않는다
변재섭
새는 노래하는데 새가 운다고 말합니다
매미는 노래하는데 매미가 운다고 말합니다
귀두라미는 노래하는데 귀뚜라미가 운다고 말합니다
노래하는 것을 운다고 말하는 당신
누가 그 가슴에 울음을 심었을까요
누천년 이어진 괄시와 멸시
켜켜이 쌓인 그 한의 응어리
풀어내는 울음만이 있었겠지요
저들의 노래는 생명의 구가,
가슴 가득 차오른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분출입니다
사명을 위한 오직 사랑입니다
휘파람새는 이른 아침 느티나무에서
옥구슬 구르는 노래로 잠을 깨웁니다
휘파람새가 자리를 비운 뒤
매미의 불잉걸 노래를 듣습니다
- 월간 <문학바탕> 23년 10월호
작성일:2023-11-26 21: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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