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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섭 詩情

제목

봄까치꽃

닉네임
변재섭
등록일
2023-12-16 20:54:18
조회수
8
봄까치꽃

변재섭


눈 석어 신작로가 질척해지면
봄바람이 아기 날숨같이 불어오고
하릴없이 움츠리고 있던 벌거숭이 밭은
봄까치꽃 흐드러지게 피워 내고
그런 날이었다
누님은 검정 고무신 신고
능구렁이 같은 질척이는 길을 따라
소처럼 말똥한 눈망울을 굴리며
뒤돌아보며 손짓하며 서울로 떠나갔다
끝끝내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울 가에 감꽃 피었다 지고
그림자 짙어가는 사이
몇 번인가 우체부가 웃는 얼굴로 다녀갔고
납덩이같은 얼굴로 쪽지 한 장 내미는 날
어머니는 검정고무신으로 땅바닥을 내려치며
꺼억 꺽 통곡을 해댔다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 곁에 주저앉아 따라 울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부축하고 길을 나서
이틀 만에 늦달 밟으며 돌아왔지만
누님 소식은 보이지 않았다
영영 영문을 모른 채
봄까치꽃이 보랏빛으로 밭을 덮었고
그런 날이면 신작로 꼬리를 바라다보며
누님! 누님! 누님!
속으로 부르기만, 부르기만 하였다


- 시와사람 23년 겨울호
작성일:2023-12-16 20:54:18 59.0.2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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